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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건축은 그 나름대로 질서를 갖고 있는 환경 위에 구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주변시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특성 있는 개별 건물들의 집합체가 그 도시의 정체성을 만든다. 건물이 어떻게 세워지느냐에 따라 도시의 이미지가 달라지므로 건축설계에 있어서 주변 요소들의 관계에 대한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건물을 세워지게 되면 주변 환경은 그 속에 내재된 힘의 움직임에 의해서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시시각각 그 모습이 달라진다. 그 움직임은 내부의 응집력과 외력들 사이의 상호 반응 결과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흐름을 갖고 움직인다. 건물에 담겨질 프로그램에 따른 이용자들의 움직임과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부딪혀 타협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요소들과 융합하기도 하면서 건축의 형태와 공간을 만들어 낸다. 건축가는 이와 같은 흐름의 방향을 읽어 내서 디자인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결’을 파악하여 디자인 방향의 실마리를 잡아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분석 과정에서 그것들은 정답이 없는 듯 보이지만 어느 정도 일반해는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절대적인 해결책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달라 질 수 있는 상대적인 최선의 선택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건축가는 디자인을 전개해 가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과 반응하여 일어나는 다양한 변수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건축설계는 자신의 주관적인 사고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주변 환경과의 상호 관계로부터 디자인 요소들을 끄집어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계과정에서 의도적이고 작위적인 결과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형태를 위한 외관을 만들기 보다는 환경에 순응하는 건물을 만들어야 한다. 건축은 유기적인 순환체계를 갖고 있는 자연계와 대비되는 개념보다는 서로 공존하면서 존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물은 생태계의 일부로서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자연계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건물이 주변 환경 속에서 스스로 작동하면서 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건축은 놓이는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물이 놓이는 자연과 도시의 배경 속에서 작용하는 개별요소로 파악되는 것보다는 그들과의 합일 속에서 통합적으로 탐색 되어야 할 것이다. 두 요소는 서로 뒤섞이면서 일체가 되어야 한다. 건축은 개별 건물들이 모여 특별한 환경을 만드는 것 보다는 각각의 건물들이 자연 속에 녹아있는 경관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축방식으로서 건물이 대지의 일부가 되어 지형 속에 파묻히고 주변의 경관이 건물 안으로 관입되어 뒤섞이는 ‘지형조작(Topological Architecture)’은 땅의 조건으로부터 건축을 도출하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땅의 형태를 들어 올리고 내리는 조작 방식을 통하여 활동을 담는 형태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건축적으로 형성된 비어있는 공간은 지형의 변화를 통하여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다양하게 할 것이며, 장소에서 예상되는 활동을 풍부하게 하여 다차원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활동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움직임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건축에 있어서 공간을 만드는 것은 형태의 구축만큼 중요하다. 내부와 외부로 나누어지는 공간은 상호 긴밀한 연결 관계를 가져야 한다. 둘의 관계는 사용자에 의해서 관련성이 설정되고 이해될 것이며, 사용자가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때 건축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건물을 이해하는 것은 건물 자체의 형태 뿐 아니라, 건축의 공간을 함께 인식함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두 공간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대적인 관계이며 이들은 결코 상호 대립적인 이항관계가 아니다. 건물의 외피에 의해서 내부공간과 건물 바깥의 외부공간으로 구분하여 경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은 언제든지 항상 상호 역전될 수 있으며 절대 구분 지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내부공간이 있기 때문에 외부공간이 있는 것이며, 외부공간이 있기 때문에 내부공간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내·외부 공간의 관계가 언제든지 상호 역전 될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는 공간의 경계가 대립적이지 않고 상호 연속적으로 파악되어야 함을 뜻한다. 공간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는 구성을 통하여 관찰자의 움직임에 따른 시점의 변화에 의해 만들어진 중첩된 켜는 다양한 공간체험을 제공할 것이다.
 

 건축은 사물에 대한 인식론과 존재론에 대한 사유의 결과로 생성된다. 지어지는 시대상황에 대응하여 구축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대성과 사회성의 표현인 것이다. 현재의 일상적 삶이라는 시간성이 공간과 형태로 탄생되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에 있어서 현재 시간성의 표현은 과거 흔적의 축적이라는 기반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개인들의 추억들이 간직된 흔적의 켜들이 풍부한 도시는 서로 소통을 원활하게 하여 사람이 중심이 되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은 현대 사회는 환경에 대한 대응을 보다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 일수록 인간의 본성에 근간한 여러 가지 변수들을 서로 융합시켜 건축과 도시를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WOORIDONGIN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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